헝다그룹 사태 디폴트 위기에 침묵하는 중국, 파산설 앞에 방치냐 개입이냐

 

헝다그룹 사태 디폴트 위기에 침묵하는 중국, 파산설 앞에 방치냐 개입이냐

헝다그룹-쉬회장-알리바바-마윈회장
헝다그룹 쉬 회장과 알리바바 마윈 회장

헝다(恒大) 그룹의 350조 원대에 달하는 부채가 유동성 위기를 넘어 전 세계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하는 불안 요인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침묵을 지키며 사태를 방관하는 중이다.

 

'공동부유'의 국정 기조를 전면화한 중국 공산당이 장기 집권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자금을 차단한 결과로 헝다 사태가 터졌다는 점에서 중국 공산당이 지금 시점에 정책 기조를 바꾸는 헝다 그룹 구제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하지만 헝다 그룹이 파산해 실물 경제에 큰 충격을 주고, 헝다를 위시한 부동산 업계의 위기가 은행권으로 본격적으로 전이되는 조짐이 나타난다면 중국 당국이 개입해 부채 조정 및 국유기업을 동원한 지분 인수 등 충격 완화를 시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공동부유'  국정 기조를 앞세운 중국은 개입하지 않는다

헝다그룹
헝다그룹

헝다 사태로 불안이 지속되고 있지만 중국 당국이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현재로서는 당국의 즉각적인 개입보다는 사태를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22일 열린 리커창 총리 주재 국무원 상무회의에 주목했지만 막상 국무원 회의 후 발표한 보도문에 헝다 사태가 직접 거론되진 않았다. 단지 '경제 동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거시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정책을 세밀히 조정하고, 재정·금융·취업 정책의 연동성을 강화한다'는 언급만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중국은 헝다의 파산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듯 하다. 중국 공산당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알려진 후시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최근 웨이보를 통해 헝다가 '대마불사'의 요행을 바라서는 안된다고 경고하며 '기업은 시장에서의 자구 능력을 갖춰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헝다의 유동성 위기는 비핵심 사업에 문어발식 확장을 진행한 헝다가 자초한 면도 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헝다가 몰린 것은 중국 당국이 작년 말부터 주택 가격 안정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면서이다. 중국 당국은 선제적인 금융 위험성 제거와 주택 가격 안정을 목표로 부당산 개발업체와 주택 구매자들에게 흘러가는 자금을 강력히 통제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국유은행들은 신규 대출이나 차환을 꺼리기 시작했고 심지어 만기가 오지 않은 대출까지 서둘러 회수에 들어가며 부동산 업체들의 자금사정은 급속도로 악화되었다. 주택담보 대출을 억제하고 주택 구매 자격 제한 수요 등 강력한 억제책을 쏟아내며 주택구입 열기도 크게 가라앉은 상황이다. 주택 가격 안정은 장기 집권을 굳건히 하고자 하는 시진핑 국가 주석이 앞세운 '공동 부유' 실현을 위한 핵심 정책이다.

 

헝다가 디폴트(채무불이행)을 넘어 파산에 이르더라도 공산당과 시진핑의 집권 기반 다지기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부동산 억제 정책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 헝다그룹의 디폴트는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중국 정부가 헝다 구제에 나선다는 것은 부동산 분야의 고삐를 죄려는 당국의 정책을 약화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물론 실물과 금융분야에 걸쳐 얼마나 큰 파장으로 이어질지 정확히 가늠하기 어려운 헝다 사태에 최근 급속한 경기둔화를 겪고 있는 중국이 마냥 손 놓고 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도 있다. 시점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이 부동산 산업을 겨냥해 본격적인 정책을 추진한 것은 중국 경제가 코로나19의 충격에서 벗어나 강하게 반등하던 작년 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공산당식의 강력한 규제로 민영 기업이 위축되고 원자재값 급등, 반도체 품귀, 코로나19의 산발적인 재확산 등으로 중국 경기 성장이 급속도로 둔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많은 금융 기관들이 직접적으로나 채권 보유를 통해 헝다 그룹과 연관되어 있고 디폴트가 나면서 고수익 채권시장인 하이일드에서 투매가 일어날 수 있다"라며 헝다 그룹의 문제가 리먼 사태 때만큼은 아니지만 확실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헝다 사태로 8천여개에 달하는 협력업체가 줄도산하고 수십만 명의 고용이 해지되고, 금융 위기로 이어진다면 중국 당국에서도 결국에는 개입해 부채조정과 국유기업 인수 등의 방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아울러 대규모 실업자와 헝다그룹의 주택을 분양받은 분양자들의 주택 인수 불가 시 강한 정권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사회적 경제적으로 대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에 헝다 그룹의 파산을 내버려 두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한편 블룸버그 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헝다의 재무 조사를 위한 회계, 법률 전문가들을 모아 구조조정을 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당국의 개입을 위한 기초 작업에 나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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